복리로 성장하는 그로스 loop

 

회사의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지는 전략

프로덕트 분석 공부를 하다보면 쉽게 AARRR 얘기를 접하게 됩니다. (저를 포함한) AARRR을 공부하는 분들께 우리 회사는 이렇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아쉽다라는 얘기도 많이 듣게 됩니다. 이 중엔 스타트업에 다니는 분들도 있지만 커질만큼 커진 대기업에 다니는 분들도 있었는데요.
대기업에서는 진짜 AARRR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겠다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AARRR이 성장전략이기 때문에 이미 성장을 마친 대기업의 전략과 맞지 않는 옷인 것 같거든요. 마치 중고등학교 교복은 “우리 애가 클 거라서 큰 사이즈로 할게요”가 되지만, 성인이 정장 맞출 때 “우리 애가 클 거라서 큰 사이즈로 할게요”는 안 되는 것처럼요.
대기업이 기존에 하던 게 아닌 새로 뭔가를 할 때 생각보다 심각하게 못 하는 것도 이런 생각의 차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큰 회사를 위한 변명(?)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교복 비유가 스타트업이 지향해야 할 점을 이야기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바로 커질 것까지 예상하고 일을 하는 것이죠.

스타트업이 곧 성장이다. -Paul Graham (YC 창업자)

오늘 소개할 것은 AARRR 같은 성장전략 중 하나인 growth loop 입니다. 대표적인 자료는 REFORGE 블로그에 있고 저 역시 해당 자료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Growth Loop

AARRR은 퍼널 형태를 따르고 퍼널 간의 관계성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또한, 퍼널 기반의 측정이 성장이라는 본질적인 큰 그림을 놓치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상적인 AARRR 활용법은 유기적으로 상황에 따라 개선해야 할 지표를 생각해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 초기 스타트업들이 조금 커지면 마케팅 부서가 따로 만들어지면서 유저획득(Acquisition)은 해당 부서가 알아서 잘 하게 하는 식으로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위 단점들은 위에 소개한 REFORGE 블로그에서 언급한 내용들인데요, 그렇다면 growth loop은 뭐가 다를까요?
우선 growth loop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absolute

Acquisition loop(=Growth loop)은 유저 획득에 초점을 둔 것이고, Engagement loop(=Hook model)은 유저의 지속적인 사용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이렇게 두 개를 따로 두고 보면 결국 AARRR의 축소 버전 아니냐 싶어지는데요, 이 모델이 지향하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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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wth Loop부터 볼까요? Growth Loop은 신규 유저 획득 - 활동(프로덕트 주요 활동 완료, WOW 모먼트 도달) - 결과물(주요 활동이 결과물로서 외부에 노출)로 되어 있으며 순환성을 가져 결과물이 다시 신규 유저 획득에 도움을 줍니다.
Hook Model은 트리거(활동하게 하는 내외부적 신호) - 활동 - 가변적 보상(만족하며 또 쓰고 싶게 하는 보상, 가변적이라는 것은 인스타 라이크 같은 활동에 따른 결과가 정해지지 않음을 의미) - 투자(미래 보상을 기대하며 하는 활동, 1회성이 아닌 계속 쓰게 하는 단계) 형태이며 역시 순환성을 가집니다.

각 루프의 세부 항목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각자 회사 상황에 맞게 변경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재밌는 것은 위 그림에서 ACTION을 기점으로 서로 화살표를 주고 받기도 한다는 것이죠. 각각의 loop도 돌리면서 상대 loop에서 잘하면 반대 loop는 그 성과를 그대로 누리면서 또 발전시키죠. 결국 내가 유저를 100명 데려오다가 200명을 데려오면 일종의 복리효과로 인해 성과가 2배가 아니라 그 이상의 성과가 되는 것이죠.

틱톡의 사례

틱톡의 Acquisition loop

  1. 유저가 바이럴 틱톡 영상을 보고 앱을 다운
  2. 유저가 틱톡을 열고, 최신 바이럴 챌린지를 보고, 커뮤니티에 참가하기 위해 컨텐츠를 생성
  3. 해당 컨텐츠가 틱톡 커뮤니티에 노출되고, 해시태그를 통해 쉽게 찾고 정렬하는 것이 가능
  4. 컨텐츠가 틱톡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표시를 달고 다운받아져서, 유튜브 같은 틱톡 유저가 아닌 사람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에 다시 올라감

틱톡의 Hooked model

  1. Trigger - 신규 유저를 데려오는 외부적 신호는 바이럴 컨텐츠이며, 내부적 컨텐츠는 다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이 지루함과 사회적 확인
  2. Action - 틱톡이 원하는 활동은 비디오를 만들고 올리는 것
  3. Variable reward - 시청자에게 보상은 앱을 열면서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컨텐츠 믹스, 크리에이터에게 보상은 조회 수, 좋아요, 댓글 같은 욕망
  4. Investment - 친구나 유명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면 이를 통해 취향에 맞는 더 개인화된 피드를 보게 되고,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을 통해 명성과 팬층을 얻을 수 있고 이것이 더 틱톡을 하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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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회사에서 쓰면 좋을까

  1. 유저가 생산한 컨텐츠가 결과물인 비즈니스
  2.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

유저가 생산한 컨텐츠가 결과물인 비즈니스는 틱톡이나 핀터레스트가 대표적이고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비즈니스는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구성은 틱톡 사례와 유사하며, 획득 loop에서는 유저나 컨텐츠가 늘면 이를 바탕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할 때 검색 노출이 잘 되거나 추천이 되어 추가 유저/컨텐츠가 늘어납니다. 몰입 loop에서는 즐길 컨텐츠나 네트워크가 늘어나면서 사용 경험이 축적되고 경쟁 서비스보다 더 열심히 사용하게 되고 이는 다시 추가적인 유저/컨텐츠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두 가지 회사 유형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비즈니스가 잘 될수록 락인 효과가 커진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가지 비즈니스가 아니면 못 쓴다가 아니고 효과가 더 좋다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별 회사 상황에 맞게 loop를 세분화하여 설정하면 대부분의 성장을 지향하는 회사에서 쓸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본문에서는 acquisition loop과 engagement loop만 다뤘지만 다뤘지만 다양한 loop를 조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링크드인의 경우 구직/네트워킹 목적의 사람 loop와 홍보/채용 목적의 회사 loop를 조합할 수 있겠죠. 정답은 없으며 비즈니스 이해를 도와주는 하나의 프레임워크일 뿐이니 다양하게 조합해 비즈니스를 잘 이해하고 올바른 액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마치며

소개 차원에서 growth loop에 대한 글을 적었지만, 한편으론 지나치게 방법론에 의존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 글을 읽었는데 대단히 공감되었습니다.

제 방식대로 요약하자면, 외국에서 잘 나간다고 하는 방법론을 개념적으로 공부해서 그 규칙에 맞게 쓰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손을 더럽혀 가며 열심히 일하라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잘 된 어떤 개념을 한국에서 잘 정리해 교육되는 방식으로 한국에 수출되다 보니 새 것, 잘 됐다는 것 나오면 우르르 몰려가 공부하고 그걸 공부한 사람이 마치 실력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소개한 growth loop도 개념을 디테일하게 공부한다기보다는 회사의 성장을 생각할 때 대충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었지 하는 내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