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arrying Capacity(CC)에 대한 얘기가 널리 알려졌고 논의도 활발히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CC에 대해 근간이 되는 원리는 생략된 채로 전달이 되고, 그러다보니 적절하지 않은 해석과 주장이 많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과학과 수식에 대한 얘기는 빠진채로 상대성이론과 초끈이론의 옳고그름에 대해 얘기하는, 모델 원리에 대한 얘기는 빠진채로 AI의 무서움에 대해 얘기하는 흔한 상황과 같아보여 안타까움이 있습니다(물론 CC에 사용되는 수학은 대단히 쉽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CC에 대한 수학적 원리와 이를 통해 해석한 한계, 변형 CC,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CC의 진짜 용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Carrying Capacity에 대해 처음 들어보시는 분은 토스 이승건 대표님의 PO세션 유튜브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Carrying Capacity 개념 다시 살펴보기
Carrying Capacity(CC)에 대해 가장 많이 비유하는 것이 호숫가의 물의 양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Capacity는 우리가 흔히 캐파가 부족하다라고 할 때 쓰이는 영단어입니다. 호수의 캐파가 물 몇L인지 측정하자는 것이 CC죠. 이 때 호숫가에 내리는 비
와 증발이나 어떤 이유로 사라지는 물의 비율
을 측정하면 CC를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래와 같고, 이를 비즈니스에 응용한 것이 우리가 진짜 얘기하려는 CC입니다.
호수 CC
CC = 내리는 물의 양 / 사라지는 물의 비율
많이 알려진 비즈니스 CC
CC = # of new daily(period) customers / % customers you lost each day(period)
복귀까지 고려한 CC
CC = # of new & resurrected daily(period) customers / % customers you lost each day(period)
첨언하자면, customer와 방문자는 다르며, 따라서 # of new daily customers는 흔히 신규유저를 얘기하는 NRU(New Resistered User)와 다릅니다. customer는 어떤 활성화 기준을 가지고 그 활성화 기준을 만족한 유저를 의미합니다. 앱 깔고 회원가입하고 로그인하고 지운 사람은 customer 아닙니다. 그리고 (period)라고 적은 것은 원칙적으로는 꼭 단위가 daily일 필요 없이 weekly, monthly여도 되기 때문입니다.
CC는 우리가 도달할 영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마케팅을 태워도 빠르게 CC에 도달할 뿐이고 반대로 서버에 문제가 발생해 하루동안 못 쓰게 되어도 느리게 CC에 도달할 뿐 도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 없다는 것이 CC의 기본적 개념에서 파생되는 결론입니다.
다만, CC자체가 변경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CC 계산에 사용된 신규 고객 수, 복귀 고객 수, 잃는 고객의 비율
세 가지를 바꾼다면 CC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제 기본적인 CC 얘기는 다 한 것 같으니 근간이 되는 수식을 소개하고 추가적인 얘기를 이어가보겠습니다.
Carrying Capacity의 근간이 되는 수식
수식부터 얘기하기 전에 간단한 문제부터 풀어보겠습니다. 4월 1일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매일 1,000명씩 들어오고 하루에 20%씩 이탈한다면 4월 6일 우리의 유저는 몇 명일까요?
정답은 제가 색칠한 영역의 합인 3,690명인데요, 설마 이걸 1,000+800+… 형태로 풀진 않으셨겠죠?
\(1000 * \sum_{i=0}^{5}{(0.8)^i}\) 형태로 풀면 됩니다.
4월 6일까지가 아니라 5월 6일까지라면 30정도 더 계산에 포함하면 되겠죠? 그렇다면 1년 뒤, 10년 뒤까지 계산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더 먼 미래까지 계산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작은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일일이 계산하기보다 하나의 공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바로바로 무한등비수열의 합공식
을 이용해서요!
\(\frac{1000}{1-0.8} = 5000\)
참고, 무한등비수열의 합공식 (|r|<1)
\(\frac{a}{1-r}\)
위에서 언급했던 Carrying Capacity의 근간이 되는 수학은 무한등비수열의 합공식
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개념이죠. 22년 7월 기준 이승건 대표님이 알려주시는 무한등비수열의 합공식은 조회수가 11만회가 넘었습니다.
성공한 창업자가 알려주는 ‘우리 서비스의 최종 유저 수’에서 고등학교 수학개념이 되는 것을 보시면서 후광효과가 사라졌을 겁니다. 그러면 이제 제대로 CC를 활용하는 법을 얘기해보겠습니다.
Carrying Capacity의 한계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큰 틀에서 S커브 성장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구간마다 아래와 같은 신규 유저 수와 리텐션(혹은 이탈율)을 보이게 됩니다
- 초기에는 적은 신규유저 수와 (팬들 위주기 때문에) 높은 리텐션
- 중기에는 (chasm을 넘었기 때문에) 많은 신규유저 수와 보통~높음 수준의 리텐션
- 후기에는 (더 이상 시장이 없기 때문에) 적은 신규유저 수와 보통 수준의 리텐션
무한등비수열의 합공식은 a(신규유저 수)와 r(잔존율)이 고정되기 때문에 실제 비즈니스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현재 회사에서도 CC를 구해보고 너무 낮았던 경험이 있는데요, 아마도 카카오톡 같은 유저 관점에서 성장이 멈춘 서비스라면 CC가 10만명도 안 나올 겁니다. CC가 이런 비즈니스 단계를 반영하기에 overly simplified model이기 때문입니다. 호수 문제를 풀기에는 좋은 모델이 맞습니다. (일정 수준의 오차범위 내에서) 비의 양도 대부분의 기간 일정하고 증발되거나 흡수되는 비율도 일정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 들어왔다가 다시 들어오는 유저를 기존유저라고 하지 신규유저나 복귀유저라고 하지 않잖아요. 따라서 우리의 Capacity를 조금 덜 simplified된 형태로 측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계산이 필요합니다.
\(a_0 + a_1r_1 + a_2r_1r_2 + a_3r_1r_2r_3 + a_4r_1r_2r_3r_4 + a_5r_1r_2r_3r_4r_5 + ...\)
하지만 이런 형태로 동적이게 계산하는 것도 피곤하고 등비수열 공식의 간편함도 잃어버렸기에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비즈니스 중기, 후기에도 우리의 capacity를 측정하고 싶은 분들께서는 변형 CC를 사용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변형 CC = # of customers that are not new & resurrected in period +
{# of new & resurrected customers in period / % customers you lost each period}
참고로 뒤쪽 수식은 기존 CC와 동일하고 앞쪽 수식에 신규/복귀 고객을 제외한 고객 수를 적었습니다. CC식은 축적된 기존 유저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Carrying Capacity의 진짜 용도
CC를 잘 sales 하기 위해 이승건 대표님은 “서비스의 한계가 CC다”라는 멘트를 하신 것 같지만 아마 실제로는 서비스가 잘 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용도의 지표로서 사용하고 계실 겁니다. 마치 DAU, 리텐션 지표를 매일 보고 우리의 상황을 파악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때 CC는 여러 지표를 하나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통합 지표의 성격이 있습니다. 신규(복귀)유저 수와 리텐션이라는 서로 다른 지표를 단 하나의 지표로 요약해서 알려주니까요. 단 하나의 지표가 아니라면 특정 액션을 한 후에 신규 유저 수와 복귀 유저 수는 늘었는데 이탈율이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반대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런 관점에서는 사실 제가 제안한 변형 CC보다 기존 CC가 더 일괄적이어서 좋습니다. 따라서 트래킹해야 할 통합 지표로서 사용하고자 한다면 원래 CC를 사용하시면 되고, 목표가 정말로 capacity 측정에 있다면 변형 CC를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추가로 CC는 Total Addressable Market(TAM) 혹은 이런류의 개념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물론 마켓이 크면 방문하는 유저 수가 커질테니 알아서 CC도 커지겠죠. 반대라면 작아지겠구요. 하지만 TAM은 내가 열심히 한다 / 잘 한다와 상관 없는 시장 측정의 개념이고, CC는 나의 현재 유입과 이탈율에 기반하여 도달하게 될 수준이 얼마다에 대한 개념이기 때문에 내가 잘 하는 것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입니다.
마치며
Carrying Capacity에 대한 논의들이 다양하게 진행되었지만 본질은 등비수열의 합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편리한 측정방법이고 실제로 유용하지만 overly simplified model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논의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Carrying Capacity가 신격화 되기보다는 여러분의 회사에서 매일매일 보게 되는 실제 지표로서 사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